'라임 여권 커넥션·김봉현 전주(錢主)설'은 모두 조선일보의 작품이었다.

고일석 기자 / 기사승인 : 2020-10-24 03:39:48
  • -
  • +
  • 인쇄
조선일보 보도 이전 전무(全無)했던 김봉현씨 관련 보도
"친노 인사에 20억" 보도 이후 여권 커넥션 설 일제히 보도
▲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4월 26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수원남부경찰서에서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를 받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2020.4.26/뉴스1

 

 

김봉현 씨는 21일 공개한 2차 입장문에서 "나는 라임의 전주도 아니고 배후도 아닌, 라임이 투자한 업체의 오너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어느 수사 책임자가 자신에게 "라임펀드의 곁가지 중의 하나인데 언론에서 몸통으로 만들어서 어쩔 수 없다"며 작별인사를 했다고 했다.

이에 대해 김봉현 씨는 "아니, 어쩔 수 없긴 뭐가 어쩔 수 없습니까. 사람 목숨이 걸린 문제인데 정의의 검사님들께서 억울함 풀어주셔야죠"라며 호소하고 있다.

언론에 소개된 김봉현 씨의 혐의는 나같은 무지랭이가 보기에는 어마무시하다. 무슨 회사를 인수해서 돈을 빼서 어디다 넣었다가 또 빼고 어디로 옮겼다가 하는 이런 내용인데, 나도 잘 모르는 내용이니 옮기기가 어렵지만, 대략 그가 받고 있는 횡령 혐의 금액은 그의 말 대로 1천 억 정도 된다.

그런데 라임펀드의 수탁운용 금액은 6조에 이르고 피해가 발생한 금액은 1조 6천억원이다. 이 중에서 김봉현 씨가 굴린 돈은 많아봐야 1천억원이다. 그 금액은 모두 라임에서 김봉현 씨 업체에 투자를 했거나 대여를 한 금액이다. 전주라면 돈을 대야 하는 건데 그의 돈이 라임에 들어간 흔적은 전혀 없다.

라임의 환매중지 사태는 김봉현 씨 관련보다 라임이 투자한 다른 업체와 펀드에서의 손실 혹은 사기성 투자에서 발생한 것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것으로만 봐서는 검찰 수사관이 그에게 했다는 말처럼 "라임펀드의 곁가지 중의 하나"에 불고한 것으로 보인다. 

 

그가 받고 있는 혐의가 모두 사실이라고 해도 몸통이니, 배후니, 전주니 할 내용은 결코 아닌 듯하다. 그런 그가 어떻게 수탁운용 금액 6조원의 라임펀드의 전주와 배후와 몸통이 됐을까?


라임자산운용의 환매중단 사태가 벌어진 것은 2019년 10월의 일이다. 그 이후 라임펀드 관련 뉴스는 모두 부사장인 이종필 씨를 중심으로 보도될 뿐 김봉현 씨의 흔적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 2020년 3월 9일 SBS 보도



그가 처음 뉴스에 처음 등장하기 전에 2020년 3월 9일 SBS의 <[단독] "靑 행정관이 막았다"…라임 의혹 녹음파일 확보> 뉴스가 있었다. SBS는 이 뉴스에서 라임자산운용의 펀드상품을 1조원 어치 판매했다는 증권사 직원 장 모씨가 피해자를 안심시키면서 청와대 행정관이 배후라고 얘기했다는 내용의 녹취를 보도했다.

그 청와대 행정관이 김봉현 씨의 친구로 현재 1심에서 4년 실형을 받고 항소심을 진행 중인 김 모씨다. 그런데 SBS에서 보도한 녹취의 다른 부분에 김 모 행정관 배후에 ‘큰 회장님’이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 ‘큰 회장’이 김봉현 씨다. 이 내용은 보도되지 않았다. 이 녹취는 피해자 측 변호인이 SBS에 제보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봉현 씨가 처음 언론에 소개된 것은 SBS의 보도가 있은 지 일주일 정도 지난 3월 17일 조선일보의 <라임 사태 靑개입 의혹 밝힐 핵심 '김회장'도 잠적> 기사에서다. 이 기사에서는 김봉현 씨를 인수합병 전문가와 기업사냥꾼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때부터 조선일보는 연속적으로 라임사태에 대한 단독보도를 이어간다.

김봉현 씨가 처음으로 라임의 ‘전주(錢主)’로 등극한 것은 그 다음 날인 3월 18일의 <도피중인 '라임' 2人은 전형적인 기업사냥꾼 "6兆 펀드 자금으로 코스닥에 도박판 벌인 셈"> 기사다. 박국희 기자가 쓴 이 기사에서 김봉현 회장은 “이종필 전 부사장의 배후에서 '전주(錢主)' 노릇을 한 김모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 소개된다.

이날 조선일보는 <라임 수사 중 이름 오르내리는 친여 법조인·로펌들>이라는 기사를 함께 싣는데,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라임의 투자사였던 ‘디에이테크’ 사외이사였다가 2019년 9월 사퇴했다는 등의 내용이다. 다른 사람 이름도 나오지만 다 그냥 조선일보 마음대로 엮어놓은 내용에 불과하다.

 


▲ 2020년 3월 20일 조선일보 보도

 


김봉현 씨가 본격적으로 라임펀드의 배후·몸통·전주로서 불리며, 라임 관련 기사에서 주범인 이종필 부사장보다 훨씬 더 중요한 인물로 빠짐없이 거론되게 된 것은 3월 20일 조선일보의 <라임 錢主 김회장, 親盧인사에 20억 건넨 의혹> 기사 이후다.

이 기사의 ‘親盧인사’는 현재 재판을 받고 있는 이상호 전 더불어민주당 부산 사하을 위원장을 말한다. 이 기사에서 주장했던 ‘20억’은 구속 단계에서는 8천만원으로 줄었다가, 기소될 때는 3천만원으로 줄어들었다. 이마저도 이상호 위원장은 ‘빌린 돈’이라고 얘기하고 있고, 김봉현 씨는 이 위원장 재판에 출석해 자신의 회사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이 위원장 동생에게 미안해서 ‘인간적으로 건넨 돈’이라고 증언했다.

이 기사는 조선일보 PDF판에는 남아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검색이 되지 않는다. 아마도 워낙 어마무시한 오보로 삭제된 것으로 보인다.

라임사태에 청와대 행정관이 연루됐다는 SBS 보도 이후에도 별다른 반응이 없던 다른 언론은 ‘원조 친노인사’인 이 위원장이 등장하자 이때부터 일제히 ‘라임 청와대·여권 관련설’을 집중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다.

청와대 김 행정관이 김봉현 씨의 고향 친구라는 사실도 이 기사에서 처음 공개된다. 이에 따라 라임 사태를 보도하는 모든 기사에는 김봉현 씨와 청와대 김 모 행정관을 몸통으로 여권과 연결됐다는 의혹을 끊임없이 반복하게 된다.

SBS의 녹취록 보도에서는 “김 행정관이 라임에 대한 조사를 다 막고 있다”고 소개됐고, 이후 다른 언론들의 기사들 역시 금융감독기관과 검찰 수사에 대한 방패막이 역할을 하는 것으로 소개됐지만, 김 전 행정관이 기소되어 판결을 받은 것은 김봉현 씨로부터 ‘뇌물’ 5천만원을 받고 금감원의 라임사태 조사자료를 빼내줬다는 혐의다. 뭘 막아주고 밀어주고 하는 내용은 전혀 없다.

 

▲ 2020년 10월 21일 조선일보 보도



결국 김봉현 씨를 라임펀드의 배후·몸통·전주로 등극시켜 라임사태를 청와대와 여권이 연루된 대형 커넥션으로 만든 것은 조선일보다. 그러나 그가 왜 배후인지, 왜 몸통인지, 왜 전주인지에 대해서는 단 한 마디도 설명이 없다.

김봉현 씨가 받고 있는 혐의의 사실 여부와 관계 없이, 그가 두 번의 입장문을 통해 주장한 내용들은 하나하나 사실로 밝혀지고 있다. 김봉현 씨가 입장문에서 극력 부인하며 법적 조치까지 경고하고 있는 <김봉현 “라임은 내가 인수” “BH에서 전문가 내려올 것”>, <[단독] 김봉현 “강기정 이외 靑핵심인사, 로비내용 흘려라”> 기사도 모두 조선일보 기사였다.

조선일보는 많아봐야 1천억원 정도의 자금을 굴렸던 김봉현 씨를 어떤 배경으로 6조원 규모의 라임펀드의 배후·몸통·전주로 만들고, 라임사태를 여권 커넥션으로 만들었을까?

참고로 김봉현 씨를 라임의 배후로 만든 기사들은 대부분 조선일보의 검찰출입기자인 박국희·이민석 기자에 의해 작성됐다.

 

 

[저작권자ⓒ 더브리핑.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