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갈팡질팡·우왕좌왕"? 정부 흔들지 못해 안달 난 언론들

여행경보 방침 변경 외에는 모두 트집잡기 불과 정부가 근거 없는 보도까지 실시간으로 챙겨야 하나 현재로선 의미 없고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치사율 우려 제기 자체가 오락가락했던 ‘무증상 전파’

2020-02-05     더브리핑(The Briefing)

"오락가락·갈팡질팡·우왕좌왕"은 언론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보도에 단골로 붙이고 있는 수식어다. 이 수식어를 가장 많이 사용하고 있는 것은 자유한국당이지만 최소한 방역대책에 관한 한 인간 같지도 않은 자들이니 따져보고 싶지도 않다.

신종 감염병이 발생하면 국민들은 혼란스럽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감염의 확산도 막으면서 불안해 하는 국민들을 최대한 안심시켜야 한다. 그러나 정부로서도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는 부분이 어쩔 수 없이 존재한다. 지금까지는 없었던 ‘신종’ 감염병이므로 어떻게 대처할지 어떻게 기준을 세워야 할지 모두 새롭게 해야 하는 것투성이이기 때문이다.

 

5일 오후 서울 금천구 코젠바이오텍에서 직원들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진단시약을 제조하고 있다. 2020.2.5/뉴스1

여행경보 방침 변경 외에는 모두 트집잡기 불과

"오락가락·갈팡질팡·우왕좌왕"이라는 비판을 감수할 만한 것은 지난 2일 “중국 전역에 대한 여행경보를 ‘여행자제에서 철수권고로 높인다”고 발표했다가 ‘검토’로 변경한 것이다. 2일 오후 5시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은 총리 주재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확대회의' 직전 브리핑을 통해 이 내용을 발표했으나 확대회의 중 ‘검토’ 방침으로 변경했다.

후베이성 14일 이내 방문 혹은 체류한 적이 있는 외국인 입국 금지와 제주도 ‘무사증입국’ 중단 방침은 이날 확대회의에서 확정되어 시행 중이다. 확대회의에서 검토될 사안을 확정된 방침으로 발표한 것은 분명히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날 대통령은 방역전문가들을 청와대로 초대해 입국 금지를 중심으로 한 의견을 수렴했고, 중국 내에서도 후베이성과 이외 지역의 발병 상황이 크게 차이가 있으므로 이에 대한 종합적인 검토 끝에 변경된 내용으로 확정하는 것도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외에는 ‘비판을 위한 비판’, ‘트집잡기’에 불과하다. 대부분 기자들의 질문에 즉답하지 못하거나 불확실할 수밖에 없는 내용에 대한 전망을 하면 모두 ‘오락가락’이나 ‘답변 미루기’로 몰아세우고 있다.

 

5일 텅 빈 인천공항/뉴스1

정부가 근거 없는 보도까지 실시간으로 챙겨야 하나

세계일보는 4일 “인천발 광저우성 대한항공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환자가 나왔다는 보도가 있는데 확인 가능한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외교부가 중앙사고수습본부로 답변을 돌린 것, 그리고 “(후베이성 입국 금지 관련) 중국 입국자를 제한하면 밀입국자 증가 등 부작용 대책” 여부의 질문에 즉답을 못한 것을 놓고 “중수본으로 답변을 미루고, 중수본은 전체 부처의 업무를 총괄해 책임있게 답변을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아무리 중앙사고수습본부라도 근거 없는 보도 내용을 일일이 파악하고 있을 수는 없다. 또한 후베이성 입국금지 부작용에 대해서는 후베이성 발행 여권 혹은 후베이영사관 발급 비자로 확인할 수 있어 입국금지 대상자가 밀입국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답변을 그 다음 날 브리핑에서 언급했다.

공보 담당자가 모든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어서 기자들의 모든 질문에 빠짐없이 바로바로 답이 나오면 모두가 좋은 일이다. 그러나 지금은 비상체제이고 전쟁 중이다. 일상 업무도 아니다. 모든 내용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을 정도가 되면 병원이든 공항이든 현장에 가 있어야지 공보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것은 인력 낭비다. 공보담당자도 세세한 내용은 그때그때 확인해야 한다.

우한 귀국 국민 생활시설 지정 과정도 오락가락·갈팡질팡·우왕좌왕의 단골 메뉴다. 그러나 이는 모두들 알다시피 귀국 희망자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과정에서 비공식적으로 유출된 정보를 중앙일보가 보도한 경우다. 중앙일보의 무책임한 보도를 비판하거나, 일정에 쫓겨 해당 지역 주민과의 사전 협의 과정을 가지지 못한 것을 지적할 수는 있어도 그것을 오락가락·갈팡질팡·우왕좌왕이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

 

2일 충남 아산시 경찰인재개발원에서 농협 차량이 원내로 들어가고 있다. 2020.2.2/뉴스1

부정확할 수밖에 없는 치사율

조선일보는 2월 4일 <치사율 4~5%? 확진자수·동선도 오락가락… "정부 발표 못믿겠다">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에서 조선일보는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이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의 치사율이 4~5%로 보인다”고 말한 것을 문제 삼고 있다. 3일 현재 중국 현지 치사율은 2.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기사에도 언급했듯이 ‘치사율’은 어느 지역을 기준으로 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조선일보는 중국 현지 치사율이 2.1%에 불과하고 우한시가 있는 중국 후베이성이 3.1%이며 후베이성을 제외하면 0.2% 아래로 떨어진다고 소개하고 있지만, 지금 가장 치열한 확산 양상을 보이고 있는 우한시의 치사율은 사망자 증가 추세가 약해지고 있는 2월 5일 현재도 4.3%에 이른다.

또한 치사율을 판단함에 있어 어느 시점의 리얼타임 치사율은 큰 의미가 없다. 일정 기간이 흐른 뒤에 판단할 수 있는 장기 추세가 중요한 것이며, 그 이전에는 그러한 장기 추세의 전망치가 중요하다. 질병관리본부는 발병 초기 상황을 다룬 논문을 참고하여 "치사율을 4~5%로 봤다"고 설명했다. 현재도 이 감염증의 치사율을 정확하게 특정할 수 없다.

 

조선일보 2월4일자 보도

우려 제기 자체가 오락가락했던 ‘무증상 전파’

‘무증상 전파’에 대한 입장도 항상 문제다. 그러나 이는 아직까지 확인되지 않은 사실이다. 정부는 이에 대한 중국 당국의 발표나 과학 논문을 참고하기는 하지만 이런 입장을 지금도 유지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무증상 전파’의 근거를 아직 제시하지 않고 있고 이 기사에서 언급하고 있는 ‘무증상 전파’ 사례를 전했던 독일의 의학 논문도 케이스 오류로 철회됐다.

조선일보는 또한 WHO가 무증상 감염을 의식하여 1월 29일 "확진자 하루 전 동선, 접촉자까지 조사하라"는 지침을 내렸는데도 질병관리본부는 증상 발생 시점부터 동선을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이미 정은경 본부장이 2월 3일 브리핑에서 아래와 같이 답변한 바 있다.

“WHO가 1월 29일에 조사지침을 낸 바가 있고 거기에는 ‘하루 전부터 조사를 하라.’라고는 돼 있습니다. 그런데 그 지침이 보편적인 지침이 아니라 초기에 몇 사례에 대한 조사하는 그런 가이드라인입니다.

그래서 그것은 아직은 그게 명확하지 않으니까 그 전 단계의 접촉자도 파악을 해서 그 사람들이 발병하는지를 보면 근거를 만들 수 있는 그것을 하기 위한 그런 약간의 주사 프로토콜의 기준이어서 저희가 각 나라들의 사례정의와 우리 전문가들의 의견과 이런 부분들을 다 보완해서 사례정의는 지금 개편 중에 있고, 하루 전부터 하는 것도 포함해서 검토를 하고 있습니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뉴스1

 

정 본부장이 아주 명확하게 답변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싹 무시하고 우리 정부가 WHO 지침보다 역학조사와 방역관리를 허술하게 하고 있는 것처럼 보도한 것이다.

모든 언론이 “오락가락·갈팡질팡·우왕좌왕”을 거론하고 있지만 조선일보와 세계일는 유독 더 유난스럽다. 이 두 매체의 공통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을 악착같이 ‘우한폐렴’으로 표기하고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