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밥상특집③] 쾌도난마 검찰 인사

2020-01-24     고일석
추미애 법무부장관/뉴스1

특수통·공안통으로 집중됐던 과의 검찰 주요 인사

검찰 수뇌부와 요직을 송두리째 뒤엎어놓은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인사를 놓고는 두 가지 관점의 비판이 제기됩니다. 하나는 윤석열 총장의 수족을 다 잘라버렸다는 것과 또 하나는 정권 수사를 진행중이던 수사팀을 해체했다는 것입니다.

윤석열의 수족은 당연히 잘라버려야 합니다. 검찰은 크게 네 가지 분야로 나누어집니다. 기업수사와 같이 고소·고발이 아닌 직접 수사할 대상을 찾아 수사하는 특수분야와 선거사범과 간첩과 같은 공안사건을 다루는 공안분야, 그리고 경찰에서 수사한 사건을 넘겨받아 처리하는 형사분야와 기소된 사건의 재판을 담당하는 공판분야가 있습니다.

그런데 특수분야는 특수통이라고 부르고 공안분야는 공안통이라고 부르는데 형사분야와 공판분야를 형사통, 공판통이라고 부르지는 않습니다. 그쪽은 ‘통’이라고 부를 만한 힘이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검찰의 수뇌부는 거의 모두 특수통 아니면 공안통이 쥐고 흔들어 왔습니다.

보수정권에서는 공안통이 득세하고 민주정부에서는 특수통이 득세하는 차이가 있어왔을 뿐 검찰에서 제일 고생하는 형사부와 공판부 검사들은 검찰 요직을 차지하기가 정말 어려웠습니다. 한 마디로 찬밥이었습니다.

검찰 내부에서만 찬밥이 아니라 퇴직한 뒤의 전관예우도 마찬가지입니다. 기업수사를 주로 하는 특수통 출신들은 사건도 재벌 사건 같은 것을 하다보니 거의 재벌급으로 돈을 벌고, 돈 없는 형사범들을 다루는 형사부 출신 검사들은 특수통 출신에 비하면 전관예우라고 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돈이든 권력이든 ‘야망’이 있는 검사들은 어떻게 해서든 특수통이나 공안통으로 간택되기 위해 처음부터 줄서기에 익숙해져야 했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2019.7.25/뉴스1

형사·공판부 대거 중용한 최초의 인사

1월 23일 추미애 장관의 2차 인사의 가장 큰 특징은 형사·공판부에서 민생 관련 업무에 주력해 온 검사들을 적극 발탁한 것입니다. 이것은 지금까지 대통령과 법무부의 검찰 인사권이 검찰총장을 중심으로 한 검찰수뇌부와의 짬짜미로 이루어졌던 인사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법무부는 우수 인권검사로서 법무부 장관 표창을 받거나 임관 이후 줄곧 형사·공판부에서 근무한 검사들은 법무부·대검·서울중앙지검에, 고검과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등에서 민생 사건 처리를 도맡아 온 검사들은 지검 차장검사와 차치지청장·부치지청장 등에 발탁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까지 검사평가제도를 운영해왔던 대한변협이 “수사 및 공판 과정에서 국민의 인권보장과 변론권 확대를 위해 노력한 것으로 평가받은 대한변협 선정 우수 수사 및 공판검사들을 대거 중용했다”며 환영 성명까지 냈습니다.

대한변협은 성명에서 “국민을 위한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검사평가결과를 대폭 반영한 이번 검찰 인사를 환영하며, 앞으로도 국민의 인권보장과 변론권 확대를 위해 마련된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검사평가제도가 우리 사회에 굳건히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변함없는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대한변협이 검찰 인사에 대해 이런저런 논평을 한 적은 있어도 이렇게 환영한다는 성명을 낸 것은 아마도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만큼 이번 검찰 인사가 공정하고 내실있으며 고생하던 일선 검사들을 우대한 인사라는 것입니다.

 

대한변협

근무연(緣)으로 얽혀있던 윤석열 사단

지금까지 검찰의 인사가 특수통과 공안통 중심으로 이루어져왔지만 윤석열 사단이라고 불리는 기존 검찰 수뇌부는 또 다른 문제가 있었습니다. 지난 해 6월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뒤에 이루어졌던 7월 정기인사에서 과거와 같이 특수통 중심으로만 인사가 된 것이 아니라 윤석열과 직접 수사를 함께 하거나 여러 부서에서 함께 근무한 적이 있는 검사들만 쫙 뽑아다가 검찰 수뇌부와 요직을 채웠기 때문입니다.

당시에도 인사 과정에서 이런저런 반발이 있었고, 인사 후에도 “과도한 윤석열 편향 인사”라는 불만이 검찰 내부에 있었지만 윤석열에 대한 대통령의 신임이 워낙 두터워서 밀어주는 김에 확실히 밀어주는 차원에서 윤석열이 바라는 대로 인사를 해주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윤석열이 작정을 하고 벌였던 조국 전 장관 일가에 대한 수사는 그야말로 검찰에게 주어진 칼을 망나니처럼 흔들어댄 최악의 수사였습니다.

당연히 쳐내야 했습니다. 대한변협의 환영 성명 뿐 아니라 언론에서 ‘검란’이 있을 것이라는 둥 ‘줄사표’가 있을 것이라는 둥 무슨 큰 일이나 날 것처럼 을러댔지만 인사 후에 뒤에서 궁시렁대는 소리 외에 아무런 반발이 없었다는 것은 이번 인사가 그만큼 잘 된 인사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걸 두고 언론은 “지난 해 7월 인사도 이 정권에서 한 인사인데 그게 비정상이어서 이번 인사에서 정상화한다는 것은 자가당착(自家撞着)”이라고 군말들을 합니다. 자가당착이건 뭐건 이번 정권에서 한 인사였어도 잘못 된 것은 바로잡아야죠. 그런 면에서 정말 잘 된 인사입니다.

 

2019년 10월 17일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대검찰청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한동훈 반부패강력부장이 백헤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2019.10.17/뉴스1

정권 대상 주요 수사 모두 끝나

그리고 “정권 수사를 진행 중인 수사팀을 해체한다”고 하는 건 상황을 뻔히 알면서도 국민들이 속아주기를 바라고 막 던지는 소리입니다. 조국 전 장관 관련 수사는 모두 끝나서 모두 기소되고 재판이 진행 중이거나 재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수사가 진행 중인 사건은 울산시장 선거개입 의혹 밖에는 없습니다. 그 담당 수사팀은 이번 인사에서 그대로 유임됐습니다. 담당 차장이 경질됐지만 차장이야 관리 감독을 하는 거지 직접 수사를 하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울산시장 사건은 감독자가 바뀌었더라도 우리 영명하신 윤석열 총장께서 직접 지휘하고 계시니까 수사에 전혀 차질이 없을 겁니다. 수사 중인 수사팀을 해체했다고 뭐라고 하시는 분들께는 걱정 붙들어매라고 말씀하셔도 됩니다.

 

윤석열 검찰총장/뉴스1

윤석열은 언제 그만 둘까?

중간간부와 평검사 인사를 전후해서 윤석열의 거취에 대해 두 가지 전망이 있었습니다. 대통령의 불신임도 확실해졌고 수족도 다 잘린 만큼 더 이상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과 이제 겨우 6개월 지났는데 절대로 그만 두지 않고 임기를 꽉 채울 것이라는 전망이었습니다. 

인사가 있기 직전 최강욱 비서관 기소를 직접 지시한 것으로 봐서는 일단 당장 그만 둘 것이라는 전망은 빗나간 것이 분명합니다. 윤 총장은 지휘계통이고 뭐고 주요 수사를 자기가 직접 챙기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자기가 가지고 있는 '수사권'을 최대한 활용해서 자신의 권한을 유지하려고 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임기를 다 채울 수 있을지는 아직도 불확실합니다. 지금까지 있었던 두 번의 인사와는 비교도 할 수 없는 폭풍이 불어닥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공수처와 검경수사권 조정은 생각보다 그 위력이 강력합니다. 그 자체만을 놓고 보면 사실상 시작에 의미를 두고 시늉에 불과한 것이라고 해도 크게 틀린 말이 아닐 만큼 제한적인 것이지만 상당수의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하지 못하고 경찰이 넘긴 것을 검토해서 기소 여부만 결정하는 것은 일선 검사는 말할 것도 없고 당장 검찰총장의 권한을 크게 약화시킵니다. 

게다가 그래도 검찰의 힘을 유지시킬 수 있는 직접수사의 범위를 축소하는 것은 추미애 장관의 성격상 더더욱 거침없이 밀어붙일 것입니다. 그러면 검찰총장은 정말 갑갑하기 이를 데 없는 상황이 됩니다. 

기소기관으로서의 검찰총장이면 불만이 없겠지만 지금까지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렸던 검찰총장과 비교해보면 손발도 잘리고 이빨까지 다 빠진 총장이 돼버리고 맙니다. 7월을 전후에 공수처가 설치되고, 수사권 조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7월 정기인사까지 거치고 나면 더 버티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윤석열 총장은 4월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하기만을 염원하고 있다고 검찰 주변에서는 얘기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그나마 추미애 장관의 드라이브는 제동을 걸 수 있겠죠. 그때까지는 이를 악물고 버티면서 정권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사건을 만들어보려고 갖은 궁리를 다 해볼 것으로 생각됩니다. 

박시영 윈지코리아 컨설팅 대표가 이번 총선은 여야 대결이 아니라 여당과 검찰의 대결이 될 것이라고 여러 번 얘기했는데, 그 말 대로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