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칼럼] 尹 사단의 의도된 도발... '문민통제의 원칙' 단호하게 보여줘야

2020-01-20     박지훈
SBS보도

윤석열 사단의 의도적 도발

이것은 매우 의도적인 법무부 인사 힘빼기 공작이다. 그게 아니라면, 도대체 어떻게 부하 검사인 양석조가 상급자인 대검 반부패부장 심재철에게 반말 찍찍 써가면서 "심재철, 당신이 검사냐?" 할 수가 있단 말인가.

그것도, 검사들만 모인 자리도 아닌 일반인, 기자들이 드글거리는 문상 자리에서 공개적으로 떠들어댄 것이다. 특히, 검찰청장 윤석열도 함께 있는 자리에서 그런 막돼먹은 짓거리를 벌였단다. 윤석열이 항명의 직접적 배후이거나, 최소한 묵인 하에서나 벌일 수 있는 일이다.

이건 당연히 일회성 해프닝이 아니다. 우연히 튀어나온 말실수 같은 것일 리는 더더욱 없다. 법무부에서 새로 앉힌 신임 반부패부장의 공개적으로 밟아버림으로써 법무부 인사의 힘을 빼겠다는 것이다.

 

SBS 보도

시리즈로 이어질 검찰의 하극상

바로 그제에도, 서울중앙지검의 송경호 3차장이 역시 법무부에서 신임으로 앉힌 이성윤 지검장을 공개적으로 치받았다. 양석조와 송경호는 둘 다 윤석열의 수족으로 꼽히는 검사들이다. 이미 인사조치된 한동훈, 박찬호, 윤대진 등이 팔, 다리라면 이들은 손, 발이다. 윤석열의 손발이 상급자이자 인사권자인 추미애 장관의 팔, 다리를 치받고 있는 것이다.

그런 목적이라면 이 정도로 끝일 리가 없다. 의도적이고 치밀하게 진행되는 일이다. 당연히 다음 타자가 또 나선다. 예상되는 1순위는 신봉수 서울중앙지검 2차장이다. 신봉수는 양석조, 송경호와 모두 동기인 연수원 29기로, 지난해 7월까지 나란히 서울중앙지검 1, 2, 3차장이었다.

이들은 어차피 잘 알려진 윤석열 직계라 곧 있을 차장, 부장급 인사이동에서 역시 좌천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윤석열의 직계 수족들 중 29기 차장급들이 먼저 총대를 매고 법무부에서 임명한 신임 검찰 고위직들을 치받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신봉수가 바로 다음 타자로 유력한 이유다.

 

송경호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2019년 10월 7일 오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9.10.7/뉴스1

미리 짜여진 일사불란한 움직임

지난주에 윤석열이 법무부에 대검의 부장검사급들은 이동시키지 말라고 의견을 냈단다. 위에서 거론한 쿠데타 검사 3명을 포함한 차장급 말고, 그 아래의 부장급들을 유임시켜달라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직후 차장급들이 일제히 쿠데타성 항명에 나섰다. 매우 일사불란한 움직임 아닌가.

이들의 목적은 윤석열 검찰청장과 자기네 윤석열 라인을 '수호'하는 것이다. 검찰 조직 전반을 수호하겠다는 것도 아니다. 윤석열 청장 자신은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문재인 대통령의 강력한 견제로 스스로는 꼼짝할 수 없게 됐기 때문이다. 윤석열이 공식적으로는 한발 물러서는 듯한 스탠스를 보여준 직후부터 벌어진 일들이다.

이들의 행태,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지 않은가. 마피아, 조폭을 넘어 마피아다. 국가 공권력의 꽃이 스스로 마피아가 되어, 자체 권력을 지키기 위해 국민에 의해 선출된 권력의 민주적 지배를 무력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것은 군의 정치 개입과도 직접적으로 비견할 수 있는 일이다.

따라서 지금의 검찰에는, 과거 군에 대해 그랬던 것처럼 '문민통제'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한다. 추미애 장관의 후속 검찰 인사에서는 과거 '하나회 숙청'과 같은 관점에서 윤석열 라인을 싹 정리해야 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뉴스1

'문민통제의 원칙' 단호하게 보여줘야

윤석열의 대검 인사 의견 따위 싹 묵살해버릴 프레임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연이은 항명 사태로 검찰에 대한 문민통제가 필요'쯤 되겠다. 이들이 법무부 인사를 무력화하려 시도한 일들 자체가 검찰에 대한 강력한 숙청 필요성을 증명한다.

명분이 최대치가 되려면 시기가 매우 중요하다. 연달아 법무부 인사에 정면으로 치받는 항명이 발생한 만큼, 월요일 아침 즉시 송경호와 양석조의 항명 사태를 정면으로 문제 삼으며 대대적인 숙청 인사의 명분으로 세워야 한다.

어설픈 반항에는 처절한 댓가가 따른다는 점을 확실히 각인시켜줘야 한다. 오직 자신들의 힘만 믿고 날뛰는 조폭 마피아 세력들은, 압도적인 파괴력을 쉴새 없이 과시해줘야만 숙이는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