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교수 입시비리 혐의, 공판 개시 전에 이미 사실상 모두 해소

“공주대 윤리위원회 결정 존중하는 것이 헌법 정신” "기소 후 수집 증거 효력 불인정, 진술 증거도 포함"

2019-12-10     고일석

 

※ 이 기사는 공판준비기일을 참관한 김남국 변호사가 정봉주 전 의원이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BJ TV에서 브리핑한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김 변호사와 정봉주 전 의원께 감사드립니다.

 

“공주대 윤리위원회 결정 존중하는 것이 헌법 정신”

정경심 교수의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송인권 부장판사는 10일 오전 열린 3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시종 검찰 측을 강하게 질타하며 여러 중요한 법적 판단과 기준을 제시했다.

특히 중요한 대목은 입시비리 혐의에 대해 학문의 자유를 언급한 부분이다. 재판부는 공주대 생명공학부 인턴과 관련된 공문서 위조 혐의에 대해 “우리 헌법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따라서 대학이 자율권을 가지는 부분에 있어서는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고 밝히고 “사회의 기본질서를 침해하지 않는 것이라면 거기에 개입하지 않는 것이 헌법의 기본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공주대 건과 관련해서는 공주대 윤리심판원이 문제가 없다고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아는데 그 심의가 최종적으로 확정된 것인지를 확인해줄 것”을 변호인에게 요청했다. 공주대 결정이 최종적인 것이라면 그 결정을 존중하고 법원에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에 따라 사모펀드 건을 제외한 입시비리 혐의 부분에 있어서의 쟁점은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과 KIST, 그리고 호텔 인턴 건만 남게 됐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건은 재판부가 지난 준비기일에서 “공문서 위조의 정범이 기소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행사죄 여부를 물을 수 없다”는 법리를 분명히 밝힌 바 있고, 호텔 인턴 건은 ‘위조’가 아닌 ‘부풀리기’ 사례로 제시된 것이어서 입시비리 혐의 부분은 공판기일이 시작되기도 전에 사실상 모두 해소된 것이나 다름없게 됐다.

 

김남국 변호사(왼쪽)과 정봉주 전 의원/BJ TV 캡처

 

1차·2차 공소장 차이 조목조목 제시

재판부는 공소장 변경과 관련하여 사문서위조와 관련된 1차와 2차 공소장의 내용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공소장 변경을 불허했다.

재판부는 "변경 전 공소장에는 피고인의 공범을 성명불상자로 기재했는데, 변경 후 공소장은 정 교수의 딸 등으로 기재했다"며 "범행일시도 2012년 9월7일에서 2013년 6월, 범행장소도 동양대에서, 피고인 주거지로 바뀌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범행 방법도 차이가 있고, 사문서 위조의 행사목적도 변경 전 공소장에는 국내 유명대학 진학 목적이라고 돼있는 반면, 변경 후 공소장에는 서울대에 제출하려는 행사목적이 특정됐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죄명과 적용법조, 표창장 문안 내용은 동일성이 인정되지만 이 사건 공범과 범행일시, 장소, 범행방법, 행사목적 모두 동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이 다섯 가지 중 어느 하나 정도만 동일하면 동일성이 충분히 인정되지만, 모두 중대 변경돼 동일성 인정이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 불허 입장을 밝힌 후 검찰이 강하게 반발하자 송 부장판사는 “재판부의 판단이 틀릴 수 있지만 이것이 전부가 아니며, 판결이 나온 다음 항소로 다툴 수 있는데 왜 검찰은 스스로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왜 인정하지 않느냐”며 반박했다.

그래도 검찰이 자기 주장을 계속하자 재판부는 “재판부 지시에 따르지 않으면 퇴정시키겠다”고까지 질책했다.

 

“기록 열람·등사 늦어지면 방어권 위해 직권 보석 검토”

또한 재판부는 아직까지 기록의 열람과 복사가 다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대해 검찰 측을 강하게 질타하며 "11월 11일 기소됐고 11월 26일 오후부터 분명 열람·등사를 하라고 말했는데 아직까지 사모펀드 부분도 안 됐다"며 "이렇게 늦어지면 피고인 측의 방어권 보장 차원에서 보석을 검토하라고 말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검찰은 "신속하게 준비를 해 사모펀드 뿐 아니라 입시비리도 동시에 열람 등사하게 조치를 취했다"고 말하자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주까지 하세요. 알겠습니까. (기소 한 지) 한 달이 지났다"며 "이번 주까지 제대로 안되면 보석청구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재차 언급했다.

변호인이 “기록을 복사한 후 개인 정보를 가리고 다시 복사하는 방법으로 진행하다 보니 검찰이 허용한 4인의 직원이 모두 동원되어 진행하다보니 시간이 걸린다”고 설명하자 “그것을 검찰이 해야지 왜 변호인이 하느냐”고 반문하고 “열람·복사가 신속하게 진행되지 않으면 피고인의 방어권을 위해 직권으로 보석을 허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남국 변호사와 정봉주 전 의원/BJ TV 캡처

 

추가 증거 기습 제시 꼼수 차단

또한 재판이 끝나기 직전 검찰이 추가 증거목록을 제출하자 “최소한 며칠 전에는 제출하고 의견을 제시해야지 지금 제출하면 어떡하느냐”고 질책하고 목록을 살펴본 뒤 한숨을 쉬며 “변경이 불허된 변경 전 공소사실을 입증하는 데 무슨 관계가 있느냐”며 반문했다. 이는 추가 증거목록이 공소장 변경을 전제로 작성한 증거목록으로 변경 전 공소 사실, 즉 1차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 내용을 입증하는 데는 아무 소용없는 목록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이 제출을 고집하자 목록 검토와 변호인의 의견 제시, 그리고 열람·등사를 위한 기간이 소요되어 “오늘로 준비기일을 마치려고 했으나 어쩔 수 없이 공판준비기일을 한 번 더 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공판준비기일에 제출하지 않은 증거목록을 공판기일에 기습적으로 제출하는 경우 증거로 쓸 수 없다”는 점을 확인하고 “노파심에서 말하는데 다른 형사재판에서 이런 경우가 많은데 원칙적으로 불허한다”고 강하게 못박았다.

이는 검찰이 재판 도중 기습적으로 증거를 제출하여 변호인으로 하여금 방어하기 어렵게 하는 검찰의 꼼수를 미리 차단한 것이다.

 

기소 후 수집 증거 효력 불인정 재확인

재판부는 여기에 덧붙여 빔프로젝트를 통해 11월 26일 2차 준비기일 이틀 뒤 “피고인 및 참고인의 진술도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는 대법원의 새로운 판례를 제시하며 “공소 제기 이후 강제수사를 통해 얻은 증거는 효력이 없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는 공소 제기 후 참고인 및 증인의 증언은 법정에서의 신문으로 충분한 것을 검찰이 변칙적으로 조서를 통해 진술 증거를 수집하는 관행에 제동을 건 판결로 정경심 교수 기소 후 이루어진 수많은 참고인 조사의 증거 능력을 미리 부인한 것이다.

이로써 정경심 교수 기소 후 압수수색과 정 교수 조사, 참고인 조사 등을 통해 수집된 모든 증거는 이 재판에서 증거로서의 효력을 가질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