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법 막판에 "검경 수사권 조정 백지화하라"는 검찰

검찰 "검찰이 보완수사 등 수사요구 할 수 있게 보완해야" 경찰 "검찰 제시안은 현행 제도 유지하며 지휘권 오히려 확대"

2019-12-10     고일석
/News1

검찰개혁법안 중 검경 수사권 조정법안은 공수처법안에 비해 국회에서의 합의 수준이 높다. 심지어 자유한국당도 공수처 설치에 대해서는 절대 반대를 외치면서도 수사권 조정법안에 대해서는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이는 수사권 조정법안이 기본적으로 검경의 상위 기관인 법무부와 행정자치부 간의 오랜 기간의 협의를 통해 이룬 합의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법안의 처리가 다가오자 검찰이 막판 논의를 벌이고 있는 여야 4+1 기구에 의견서를 제출하고 개별 의원에 대한 설득을 통해 핵심 내용을 백지화시키기 위한 로비 활동을 벌이고 있다. 

수사권 조정법안의 핵심은 ▲ 경찰의 수사개시권 및 수사종결권 ▲ 영장심의위원회 설치 ▲ 검찰의 직접수사권 축소 등 두 가지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은 검찰의 기소권과 비슷한 성격을 가지는 것으로 경찰이 독자적으로 혐의의 유무를 판단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권한이다. 검찰이 자의적으로 불기소하거나 기소유예 결정을 내리는 경우의 위험성과 마찬가지로, 경찰 역시 자의적으로 무혐의로 판단해 검찰에 송치하지 않고 사건을 종결시키는 ‘불송치’ 결정을 내릴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해서는 검찰과 경찰 각각 그 결정을 심의하여 재수사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를 두었다.

또한 검찰은 송치 후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고, 수사과정에서의 법령위반,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이 있을 경우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수사지휘’라는 말만 빠졌지 실질적으로 경찰의 수사를 지휘할 수 있는 장치를 남겨둔 것이다.

영장심의위원회는 영장청구권을 검사만 가지도록 한 헌법 조항에 대한 보완적인 성격을 가진다. 영장청구권이 없을 경우 강제수사가 불가능하여 독자적인 수사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할 수 있으므로, 경찰의 신청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영장을 청구하지 않는 경우 영장심의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법안 검토 과정으로 영장심의위원회를 고등검찰청에 두도록 하여 실효성이 없다는 경찰의 비판이 있어 왔다.

검찰의 직접수사는 경찰, 공수처 검사 및 그 직원의 비리사건, 부패범죄, 경제·금융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등 특수사건 등으로 제한했다.

 

/News1

 

백지화 시도하는 검찰, 반발하는 경찰, 강경한 국회

이런 내용에 대해 검찰은 거의 전면적인 반대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경찰이 수사개시권을 가지더라도 중요 범죄에 대해서는 수사개시를 통보하여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영장에 의한 강제수사는 경찰이 종결하지 않고 송치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송치된 사건에 대한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를 경찰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할 수 없도록 되어 있는 조항에서 ‘정당한 이유 없이’를 삭제하여 검찰의 보완 수사 요구에 절대적으로 응하도록 해야 하고, 그리고 송치된 사건에 대한 직접 수사는 물론 모든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에 제한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나아가 영장청구권 독점을 보완하기 위한 영장심의위원회와 실질적인 직접수사를 통제하기위한 ‘검찰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 제한도 재검토를 요구했다.

한 마디로 경찰의 ‘수사개시권’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백지화하고 절도와 폭행 등의 단순 사건 이외의 모든 사건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존속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날강도도 이런 날강도가 없다.

이에 대해 경찰은 당연히 반발하고 있다. 또한 여당을 비롯해 4+1 협의기구에 참여한 야당도 오히려 수사권 분리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검찰의 움직임에 대해 민주당은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정춘숙 원내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가 끝난 뒤 브리핑에서 “검찰에서 의견이 있다면 법무부를 통해서 제시하는 게 낫다”라며 “지금 와서 수사권 조정안에 대한 의견을 개별 의원들에게 설명하는 건 검찰의 마땅한 태도가 아니란 지적이 최고위에서 나왔다”고 전했다.